마카오 여행을 떠나는 이한구 회장(앞줄 가운데) 등 코텍 임직원들이 회사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송도=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인천 송도에 있는 코텍(회장 이한구)의 전 직원은 이달 말 마카오로 여행을 떠난다. 회사 측이 창립 25주년 기념으로 전세기 2대를 띄워 여행을 보내 주기로 했다. 여기에는 생산직 관리직 연구직 영업직 등 임직원 210명 전원이 참가한다. 이들은 오는 31일부터 4월3일까지 5성급 호텔에 머물면서 시내 투어에 나서고 카지노도 견학한다. 60층 높이의 360도 회전레스토랑에서 야경을 감상하며 멋진 식사도 즐긴다. 이번 행사에 드는 비용은 줄잡아 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사는 이한구 회장(62)이 기획했다. 그는 서울 오류동 지하 셋방에서 코텍을 창업한 이후 25년 동안 다품종 소량생산 형태로 산업용 모니터 한우물을 파왔다. 그는 부천 주안을 거쳐 2009년 인천 송도에 미술관처럼 아름다운 본사를 건립하면서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이번 여행은 임직원의 사기 진작을 통해 제2의 도약을 꾀하기 위한 것이다. 자신과 함께 고생하며 회사 발전을 이끌어낸 임직원에 대한 보답의 의미도 담고 있다.

이 회장은 인천고를 졸업한 뒤 숱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중견기업을 일궈냈다. 창업한 지 11년째인 1997년에는 흥망의 기로에 서기도 했다. 세계 최대 카지노게임기 업체인 IGT와 거래를 시작했으나 제품에 문제가 생겨 미국 본사에 불려 들어갔다.

며칠 동안 그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방향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자칫 회사가 문을 닫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문제점을 깨끗이 인정하고 "납품분을 전량 리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오히려 더 놀란 것은 IGT 측이었다. IGT 입장에선 만약 코텍이 문을 닫으면 자사의 게임기 생산이 큰 타격을 받을 판이었다. IGT 관계자는 이 회장의 솔직함을 인정해 주문량을 늘리고 가격도 올려주면서 거래를 늘려 나갔다. 이 일을 계기로 IGT로부터 더욱 신뢰를 얻었고 지속 성장의 토대도 마련했다.

코텍은 세계 카지노용 모니터 시장의 50%가량을 점유할 정도로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연간 수출액이 약 1억달러에 달한다. 특히 세계 10대 카지노게임기 생산업체 중 9개 업체와 거래하고 있다. 마카오 관광을 가는 것은 이를 계기로 "직원들이 실제 카지노에서 우리 제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본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고 이 회장은 설명했다. 이번에 둘러보는 카지노 중에는 영업장 면적이 축구장 4개 크기에 달하는 대형 카지노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텍은 생산 품목이 다양해지면서 전체 매출에서 카지노용 모니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지고 있다. 한때 75%에 이르던 비중이 지난해 60%로 떨어졌고 올해는 50%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대신 의료용 모니터와 멀티 디스플레이,전자칠판,항공관제용 모니터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 회사의 작년 매출은 1509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회장은 "바이어들이 사무동 및 생산동의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하고 있다"며 "생산시설의 규모와 정교함을 확인한 뒤 카지노용 모니터와 의료용 모니터 멀티 디스플레이 등을 꾸준히 주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