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바호 인디언의 성지로 불리는 모뉴먼트밸리. 제대로 된 나무 한 그루 찾아볼 수 없는 척박한 곳이지만 나바호 족은 이 땅을 위해 많은 피를 흘렸다. 비어 있지만 풍요로운 신비의 땅, 모뉴먼트밸리를 만나보자. 붉은 대지 위에 들어선 바위 기둥과 언덕은 화려한 치장을 한 그 어떤 것보다 더 큰 감동을 선사한다.
◆ 모뉴먼트밸리를 사랑한 사람들
= 모뉴먼트밸리는 미국 애리조나주와 유타주에 걸쳐 있다. 주요 서부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곳이다. 모뉴먼트밸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들은 나바호 족이다. 영화 `아바타`에 등장하는 나비 족의 모티브가 된 부족이다. 그들에게 모뉴먼트밸리는 삶의 터전이자 거룩한 성지다.
나바호 족이 모뉴먼트밸리에 깃들어 살게 된 계기는 다소 슬프다. 1860년대 미국이 인디언을 탄압하는 과정에서 많은 나바호 전사가 희생되고 1만여 명에 이르는 포로가 뉴멕시코주 포로수용소로 끌려갔다. 힘없는 그들에게 3곳의 선택권이 주어졌다. 그중 하나가 모뉴먼트밸리였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죽음의 사막으로 불리는 곳이었지만 그들은 그곳을 아끼고 사랑했다. 조상들에게 선택받은 땅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나바호 족이 선택한 땅을 외부인으로서 처음 발견한 이는 어느 사진작가다. 모뉴먼트밸리의 신비로운 풍경에 감동받은 그는 수백 번을 찾아갔고 셀 수 없이 많은 사진을 남겼다.
모뉴먼트밸리를 널리 알린 데 일조한 사람은 `서부영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존 포드다. 포드가 만든 서부영화는 항상 모뉴먼트밸리가 배경이다. 포드 영화 외에도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건맨` `포레스트 검프` `미션임파서블` `델마와 루이스` 등에 등장했다.
◆ 밸리 드라이브 따라 즐기는 지프 투어
= 나바호 족과 사진가, 존 포드는 모뉴먼트밸리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모뉴먼트밸리는 얼핏 변변한 나무 한 그루 없는, 척박하고 황량한 땅처럼 보인다.
하지만 붉은 대평원 위에 들어선 바위 기둥과 언덕은 화려한 치장을 한 그 어떤 것보다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억겁의 시간 동안 바람과 비에 의해 깎기고 다듬어져 만들어진 사암석과 기묘한 형태의 바위는 신비로움 그 자체다. 메마르고 황량한 땅 위에 펼쳐져 있기에 비현실적이게 느껴진다. 그래서 오히려 더 이국적이다.
모뉴먼트밸리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방법은 지프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며 모뉴먼트밸리의 안쪽을 돌아볼 수 있는 밸리 드라이브를 가장 많이 이용한다. 이는 나바호 인디언이 관리하는 길이다. 지프를 빌려 직접 운전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나바호 족이 안내하는 지프 투어를 이용한다. 밸리 드라이브의 총 길이는 28㎞에 이른다. 웨스트 미튼 뷰트, 메릭 뷰트, 이스트 미튼 뷰트로 이뤄진 3개의 바위산이 대표적인 풍경으로 꼽힌다.
이외에도 동물 형상의 바위산과 존 포드 감독이 배경으로 자주 사용했던 `존 포드 포인트` 전망이 뛰어난 아티스트 포인트도 놓칠 수 없다.
모뉴먼트밸리를 한눈에 살펴보고 싶다면 방문객 센터를 방문한다. 방문객 센터는 진입로 끝에 위치한 호텔 건물 왼쪽 계단을 오르면 만날 수 있다. 건물 뒤쪽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오르면 모뉴먼트밸리가 한눈에 담기는 전망대가 준비되어 있다. 방문객은 이곳에서 모뉴먼트밸리의 웅장한 풍경을 감상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 미국 3대 협곡 둘러보기
=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미국 3대 협곡을 함께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협곡을 방문하려면 일단 페이지로 가야 한다. 페이지는 협곡 여행의 관문 도시로 유명하다. 모뉴먼트밸리에서 자동차로 2시간30분 정도 달리면 닿을 수 있다. 이곳에서 세계적인 명소로 알려진 그랜드캐니언과 자이언캐니언, 브라이스캐니언으로 이동할 수 있다.
어디를 가더라도 아름답고 웅장한 풍경을 마주할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한 곳을 꼽아 방문해야 한다면 역시 그랜드캐니언을 추천한다. 그랜드캐니언은 다른 협곡에 비해 거칠고 남성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그랜드캐니언은 미국에서 가장 원시적인 풍경을 간직한 곳을 얘기할 때 늘 빠지지 않는다. 현재에도 침식작용이 진행되고 있어 매일 달라진 협곡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여행자들은 협곡의 절벽을 따라 마련된 전망대에서 그랜드캐니언을 감상하거나 협곡을 걸으며 트레킹을 즐긴다. 보다 모험을 즐기는 이들은 하늘에서 협곡을 내려다볼 수 있는 경비행기 투어 또는 콜로라도 강의 물줄기를 따라가는 래프팅을 만끽한다.
■ 여행정보
△가는 길＝로스앤젤레스공항을 거쳐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에서 인천~로스앤젤레스 구간을 매일 운항한다. 비행시간 10시간40분. 로스앤젤레스공항에서 자동차로 약 10시간 걸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