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한 당신에게 하루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어디를 가야할지 고민이라면 근교로 발길을 옮겨 보자. 타가이타이와 팍상한 폭포 그리고 히든밸리 등 차를 타고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마닐라에서는 볼 수 없었던 필리핀의 색다른 자연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화산 속 작은 화산 `타가이타이`

= 시내에서 차를 타고 남쪽으로 2시간 정도 달리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신비로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길이 25㎞, 폭 18㎞에 달하는 타알 호수다. 해발 700ｍ에 이르는 타가이타이 지대에 위치한 호수로 수억 년 전 화산이 폭발한 뒤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1977년 화산 폭발이 다시 일어나 분화구 안에 다시 작은 분화구가 생겨나면서 독특한 지형을 형성하게 됐다. 호수 주변은 1년 내내 날씨가 선선한 편이다. 이 때문에 마닐라 사람들이 여름에 더위를 피해 많이 찾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풍경 자체만으로도 아름답지만 타알 호수가 유명한 것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화산으로 꼽히는 타알 화산섬이 있기 때문이다. 잔잔한 호수 안에 떠 있는 작은 섬이 바로 타알 화산이다. 타알 화산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원추형 화산으로 꼽히는데, 타알비스타 전망대에 오르면 망원경으로 화산을 조망할 수 있다.

화산을 보다 가까이에서 구경하고 싶다면 배를 타고 이동하면 된다. 선착장에서 내려 숲을 지나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숲을 통과하는 데는 걸어서 1시간, 조랑말을 타고 가면 30분 정도 소요된다. 500여 개에 달하는 긴 계단을 따라가면 또 다른 작은 호수를 만날 수 있다. 카누를 타고 호수를 유람하며 주변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 낙차 100ｍ 규모 팍상한 폭포

= 마닐라 인근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를 뽑으라면 팍상한 폭포는 단연 첫손가락 안에 드는 곳이다. 마닐라에서 동남쪽으로 105㎞ 떨어진 지점인 라구나주에 자리한다. 웅장한 폭포의 풍경을 보는 것도 좋지만 가는 길 역시 흥미진진하다. 필리핀 전통 통나무배인 `방카`를 타고 강 하류에서 출발해 급류를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노를 저으며 쉬지 않고 달리면 1시간여 후에 다다를 수 있다. 양 옆으로 펼쳐지는 원시림과 기암괴석 그리고 폭포수를 구경하다 보면 시간은 금방 흐른다.

최고 낙차 100ｍ에 이르는 거대한 팍상한 폭포는 바라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시원해진다. 낙수 소리는 우렁차다. 대나무 뗏목을 타고 건너면 폭포 안쪽의 동굴로 들어갈 수도 있다.

◆ 원시 자연 보존된 히든밸리

= 루손섬 남쪽 마칼링산 국립공원에 위치한 히든밸리는 마닐라에서 자동차로 1시간30분 정도 가다 보면 만날 수 있다. 필리핀 원시 자연을 보존하고 있는 곳으로 필리핀 사람들이 신령스럽게 여기는 지역이다. 주변으로 천연 수영장과 온천장, 레스토랑, 방갈로, 산책로 등이 들어서 있어 마닐라를 방문한 여행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필리핀 물가에 비하면 입장료가 다소 비싸지만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관광객들 발길은 해마다 늘고 있다.

히든밸리 입구를 지나면 2㎞ 정도 뻗은 계곡이 보인다. 히든밸리가 지각운동에 의해 물밑에서 솟아올랐다는 것을 보여준다. 계곡 끝에 자리한 폭포 양 옆으로 바닷조개 화석을 비롯해 서로 다른 시대에 형성된 지층 단면을 볼 수 있다.

히든밸리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천연 온천장이다. 산 위에서 흘러내린 폭포수와 지하에서 솟아오르는 온천샘이 만나 형성된 천연 풀장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인기 만점이다. 일반 온천수인 웜풀, 탄산이 함유된 소다풀, 숲으로 살짝 가려 있어 연인이 즐겨 찾는다는 러브풀,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맞을 수 있는 마사지풀 등이 마련돼 있다. 히든밸리의 천연 풀장은 남녀 공용으로 모두 야외에 자리하고 있다. 수영복을 챙겨가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여행정보

△가는 길＝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필리핀항공에서 인천~마닐라 구간 직항편을 매일 운항한다. 비행시간 4시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