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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나일 강에서는 여행자가 소지품을 몸에 지닐 필요가 없다. 원하면 언제든지 강둑으로 내려가 목욕재계를 할 수 있고 기도도 올릴 수 있으며 식료품을 구입하는 등 무엇이든 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렉산드리아에서 카이로까지, 카이로의 상부 이집트의 아스완까지 끝없이 시장의 행렬이 이어진다."
중세의 대여행가 이븐 바투타(1304-1368)는 '여행기'에서 나일 강과 이집트의 도시들을 이같이 묘사했다.
이븐 바투타는 특히 거대한 나일 강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그는 나일 강이 지구 상의 모든 강을 능가하며 나일 분지는 세계 어느 강 유역보다도 넓고 풍성한 경작지라고 소개했다.
사람들의 인심도 넉넉했다. 만라위라는 이집트의 한 작은 마을에는 제당소가 무려 11곳이나 있었는데 가난한 사람들은 인정 넘치는 제당소 주인의 배려로 갓 구운 빵을 제당소 설탕 가마에 담가 먹을 수 있었다.
모로코 출신의 이븐 바투타가 여행에 나선 것은 1325년. 그의 나이 21살 때였다.
이후 1354년 고향에 돌아오기까지 약 30년간 그의 발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거의 없었다.
인도와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국 등 여행한 거리가 무려 12만km에 달한다. 이는 '동방견문록'을 쓴 마르코 폴로의 여정보다 3배가 넘는 거리였다.
신간 '이븐 바투타의 오디세이'(산처럼 펴냄)는 이븐 바투타가 남긴 '여행기'를 음식, 의복, 접대 문화, 성(性) 등 주제별로 묶어 소개한 책이다.
저자인 데이비드 웨인스 영국 랭커스터대 이슬람학과 명예교수는 이븐 바투타의 기나긴 여정을 따라가면서 14세기 중세의 세계로 독자들을 인도한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1장에서는 이븐 바투타와 마르코 폴로 등 중세 시대 여행가들이 어떻게 여행기를 쓰게 됐는지 소개한다.
2장에선 본격적으로 이븐 바투타의 여정을 따라간다. 밤새 '발톱에서 피가 나올 지경'으로 걷고 배 침몰 사고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나기도 한 이븐 바투타의 여행담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이따금 풀밭 사이로 동물의 기척이 느껴졌다. 뱀이 아니었을까 싶다. 하지만 너무 지쳐서 신경조차 쓸 수 없었다."
3장과 4장에서는 각 지역의 음식문화, 종교와 관련된 일화 등을 소개하고 마지막 5장에선 이븐 바투타가 여행 중에 만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어떻게 인식했는지 살펴본다. 특히 10명이나 됐던 자신의 아내들과 각 지역 여성들을 비교한 부분은 흥미를 자아낸다.
"이 몰디브 제도에서는 지참금이 적고 여성들이 사교를 즐기기 때문에 결혼을 하기가 쉽다. 선박이 도착하면 선원들이 여성들과 결혼을 하는데 바다로 나가야 할 때면 이혼을 한다. (중략) 나는 세상에서 이곳 여성처럼 사귀기가 쉬운 여성들은 본 적이 없다."
저자의 친절한 설명과 책 곳곳에 실린 여행지 사진, 삽화들이 책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