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단순히 교통수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고유의 낭만이 있다. 보다 특별한 시간을 갖고 싶다면 기차 여행을 계획해 보는 건 어떨까. 선로를 달리는 기차 안에서 타인과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때로는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길 수도 있다.

 

◆ 7개 시간대를 지나는 세계 최장 철도

= 현재 유라시아를 횡단하는 열차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비롯해 중국횡단철도(TCR), 만주횡단철도(TMR), 몽골횡단철도(TMGR)가 있다. TCR는 중국 장쑤성에서 출발해 카자흐스탄을 거쳐 TSR와 연결된다. TMR는 중국 베이징에서 출발해 만주를 거쳐 TSR와 연결되는 노선으로 이뤄졌다. TMGR 역시 베이징과 몽골 울란바토르를 거쳐 TSR와 연결된다. 중국과 몽골, 러시아 등 국경을 지나면서 만나게 되는 서로 다른 외모의 사람들을 구경하는 일은 유라시아 횡단 열차에서만 갖는 즐거움이다.

그중에서도 유라시아 횡단 열차의 원조 격인 TSR는 블라디보스토크와 모스크바를 잇는 세계 최장 길이를 자랑한다. 1961년에 완공된 복선 전철이다. 무려 9446㎞에 이르는 대장정은 많은 여행자들의 꿈이다. TSR는 총 14개 지역, 90개 도시를 거친다.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7일 정도 소요된다. 모두 7개 시간대를 지나게 되니 진짜 `시간여행`을 즐기는 셈이다.

TSR는 러시아 사람들에게 유용한 교통수단이다. 항공편을 이용하면 비용이 많이 드는 구간도 열차를 이용하면(객실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철도 역사는 1836년 상트페테르부르크와 차르스코에 셀로(지금의 푸시킨시)를 잇는 24㎞의 철도에서 시작됐다. 1851년에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잇는 철도가 완성됐다. 19세기 말 극동아시아 지역과의 물류 수송을 위한 TSR 건설이 구체화했다. 그 후 25년 만에 TSR가 완공됐다.

TSR에는 장거리 여행자들을 위한 객실이 준비돼 있다. 2ㆍ4ㆍ6인실로 구분된다. 2인실을 `룩스`, 4인실을 `쿠페`라 부르는데 문이 있어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에서 여행을 할 수 있다. `플라츠카르타`라 불리는 6인실은 개방형이다. 룩스와 쿠페에 비해 번잡하지만 다른 여행자들과 소통하기에 좋다.

가족이나 소규모 단체인 경우 폐쇄형인 쿠페를 선택하고, 현지인들과 함께 하고 싶은 배낭여행객들은 플라츠카르타를 선호한다.

◆ 바이칼 호수의 관문 `이르쿠츠크`

 

= 이르쿠츠크는 유라시아 횡단 열차 여행자라면 반드시 거치는 관문이다. 베이징에서 출발한 TMGR는 울란바토르를 지나 이르쿠츠크를 경유해 모스크바로 향한다. 블라디보스토크나 하얼빈을 거친 다른 열차도 이곳 이르쿠츠크를 지난다. 이르쿠츠크는 35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유서 깊은 도시다. 자원 개발을 위해 인공적으로 조성된 다른 시베리아 도시와 달리 자연친화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소박하지만 고전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르쿠츠크에서는 1825년 12월 러시아 최초로 근대적 혁명을 꾀한 혁명가들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데카브리스트 박물관을 비롯해 즈나멘스키 수도원, 탈지 민속박물관 등을 만날 수 있다.

시내를 벗어나면 시베리아의 산림지대가 펼쳐지고 바이칼 호수에 면한 리스트비얀카에 닿는다. 리스트비얀카는 바이칼 호수와 안가라강이 만나는 지점에 형성된 도시다. 강과 호수가 만나는 지점의 체른스키 전망대에서는 시원스럽게 펼쳐진 호수를 감상할 수 있다.

바이칼 호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호수로 꼽힌다. 최대 수심 1742㎞, 최장 너비 79㎞에 이르는데 호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바이칼 호수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방법은 유람선을 타는 것이다. 바람이 많이 부는 경우 유람선 운항이 취소되기도 하니 참고하자.

리스트비얀카 근처에 위치한 호수박물관에 가면 바이칼 호수에 대한 각종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호수박물관은 1928년 설립된 후 1961년 소련 과학아카데미연구소 부속 호수학연구소로 승격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 이것만은 알고 떠나세요!

●가는 길＝시베리아횡단열차를 계획한다면 베이징을 출발점으로 잡는 것이 편리하다. 우리나라에서 베이징을 잇는 항공편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베이징에서 출발한 노선은 러시아 국경을 넘어 이르쿠츠크에 정차한 후 시베리아를 횡단해 모스크바로 향한다.

●알아두면 유용한 열차 정보＝△열차 티켓에는 이름과 여권번호가 적혀 있어 다른 사람과 바꿀 수 없다. 또 티켓은 사전에 구입해야 한다. △기차 시간표는 모두 모스크바 시간으로 돼 있다. △객실은 남녀 구분이 없으니 참고한다. △객실 내에서는 금연이다. △역에 정차하기 20분 전후로는 회장실을 사용할 수 없다. △열차 내 레스토랑은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다. 정차역에서 먹을거리를 구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