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해외 여행자들이 1000만명을 넘어선 지 오래지만 아직 케냐 사파리 여행의 경우 그 비율은 채 0.1%가 안 된다. 오는 1월 대한항공의 부정기편이 나이로비에 운항할 예정이어서 케냐 여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의 톱클래스 여행자들이 찾는 사파리 천국 케냐가 손짓한다.

케냐의 47개 부족 중 지리에 익숙한 유목민 마사이족은 그들의 언어로 여러 곳에 지명을 남겼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는 `찬 물이 나는 지역`이라는 뜻이다. 사파리 여행을 하려면 나이로비는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다. 나이로비 조마 케냐타 국제공항을 빠져나오면 인구 350만명의 케냐 수도가 속살을 드러낸다. 도심은 비교적 깨끗하고 검은 얼굴에 치아가 하얀 사람들의 움직임은 활기에 차 있다. 전통가옥 모양을 본뜬 케냐국제컨벤션센터 주변은 국회 대통령관저, 대법원, 국세청, 중앙은행 등 케냐의 권력과 경제가 집중된 케냐의 심장이다.

◆ 나이바샤 호수 국립공원

lake Naivasha National Park

나이로비를 벗어나 나이바샤 호수 국립공원으로 가기 위해서 서북쪽으로 약 한시간 반을 달려야 한다. 나이바샤 호수엔 수를 헤아릴 수 없는 플라밍고들이 연분홍 띠를 이루어 여행객의 환호를 이끌어낸다. 전체적으로 백색이지만 날개 일부, 부리와 다리에 붉은색을 띠고 있어 홍학이란 이름을 얻었다.

 

구명조끼를 입고 보트에 올라 호수변 쪽으로 앵글을 잡으면 홍학들의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다. `좌향좌 우향우, 뒤로 돌아가!` 잘 훈련된 군대가 제식 훈련이라도 하듯 움직임이 일사불란하다.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리다가 푸른산을 배경으로 이륙하는 홍학 비행단의 묘기에 카메라 셔터 소리가 분주하다.

호수 주변 녹지에는 얼룩말, 임팔라 등 야생동물들이 풀을 뜯고 가마우지 이집트 기러기와 이름도 알 수 없는 새들이 이방인의 시선을 빼앗는다. 하마 가족은 잠망경 같은 눈과 코를 내놓고 보트의 움직임을 감시한다. 보트의 엔진을 끄면 물속에서 참았던 하마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올 뿐 햇빛에 빛나는 호수는 평화롭다.

◆ 나쿠루 호수 국립공원

Lake Nakuru National Park

"꾸욱 꾹, 후웅 후웅, 뾰로르르 삐욱…." 아프리카 새벽 하늘을 채우는 이름 모를 새들의 합창은 무디어 가던 이방인의 청각기관을 생생한 상태로 되돌려 놓는다. 순간적으로 어둠을 날려버리는 태양이 떠오르면 찬 공기 속에 어둠을 지새운 버팔로가 서서히 풀을 뜯고 호수변 정글에 숨은 하이에나 사자 표범 등 맹수들을 피해 높은 지대로 이동했던 얼룩말들이 낮은 지대를 향해 일렬종대로 행군하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나이바샤에서 서북쪽으로 자동차로 1시간이 소요되는 나쿠루 호수 국립공원은 아프리카의 색채를 드러내는 최고의 사파리 여행지다. 수백만 마리의 홍학들이 춤추는 호수와 그 주변에 형성된 광활한 국립공원으로 탐조와 사파리의 성지와 같은 곳이다. 하지만 호수의 수위가 높아지는 우기에는 홍학은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대신 다른 동물들이 그 아쉬움을 채운다. 저어새, 가마우지, 펠리칸 등 수많은 희귀조들과 가젤, 코끼리, 버팔로, 레오파드, 개코원숭이 등 TV로만 보았던 동물들이 곳곳에서 사파리 차량을 멈추게 한다. 나뭇잎을 뜯어 먹다가 사파리 차량 앞에서 `길쭉한 포즈`를 취하는 기린의 자태를 보는 것도 짜릿하다.

◆ 마사이마라 야생동물보호구역

Massai Mara Game Reserve

나쿠루에서 나록을 거쳐 6시간가량 남쪽으로 달리면 케냐의 국립공원 마사이마라 야생동물보호구역에 이르게 된다. 면적 1500㎢, 서울의 두 배 반에 이르는 이곳은 때묻지 않은 자연이 풍요롭다. 푸르게 빛나는 사바나 초원엔 군데군데에 짙은 녹색 숲이 오아시스처럼 형성돼 있고 아카시아 나무들은 조경이라도 한 듯 아득히 먼 지평선을 배경으로 고고하다. 은빛으로 햇살을 반사하는 귀리가 오월 보리밭처럼 광활한 물결을 이룬다.

초원이 갈색으로 변해가는 8월, 9월이면 200만마리의 누우떼와 50만마리의 얼룩말 무리가 다른 초식동물들과 함께 이곳에 집결한다. 누우 무리가 악어가 득실거리는 마사히 강을 넘어 세렝게티로 이동하기 위한 전초기지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1년간 탄자니아의 응고롱고로와 세렝케티, 케냐의 마사이마라로 이동하는 거리는 3500㎞에 달한다.

마사이마라는 언제라도 사자 가족의 근엄한 표정과 대면하고 코끼리나 버팔로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다. 가장 나이 많은 암코끼리의 지시에 따라 코끼리 가족들이 움직이는 장면이 영상처럼 펼쳐지고 블랙라이노(코뿔소)를 만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사바나 초원의 끝자락과 하늘이 만나는 땅, 마사이마라는 놓쳐서는 안될 사파리 여행의 정점이다.

◆ 암보셀리 국립공원

 

Amboseli National Park

마사이마라에서 비행기로 1시간. 암보셀리 국립공원은 킬리만자로가 굽어보는 총면적 350㎢의 평원이다. 킬리만자로의 눈 녹은 물이 땅속으로 흐르다가 암보셀리 평원에 솟아나와 습지가 형성됐고 이 혜택으로 암보셀리는 야생동물들의 낙원이 됐다. 특히 건기 때면 많은 동물들을 볼 수 있다. 건기가 아니더라도 많은 동물들이 머무는 곳이 암보셀리 국립공원이다. 그러나 킬리만자로의 눈이 녹으면서 습지가 점차 확대되고 있어 언젠가는 이 야생의 낙원은 거대한 호수가 될지도 모른다. 곳곳에 구멍이 숭숭 뚫린 화산탄이 널려 있고 제주도 오름처럼 생긴 작은 언덕들도 눈에 들어온다. 그중 누모티오 언덕에 오르면 암보셀리 평원이 발 아래로 펼쳐진다. 롯지에서 준비한 와인잔을 들고 동물들을 좇는 사파리 차량들을 바라보면서 킬리만자로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껴보자.

● 이것만은 알고 떠나세요

△가는 길＝인천공항에서 방콕까지 6시간가량, 방콕에서 수도 나이로비까지는 9시간이 소요된다. 대한항공의 전세기 직항편의 경우 13시간이 채 안 걸린다.

△날씨＝아침 저녁으로 긴팔을 입어야 할 정도이고 한낮은 햇빛이 강하지만 덥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다. 점퍼 등을 준비했다가 일교차에 대비한다. 햇빛이 따가우므로 선크림과 모자는 필수다.

△숙박시설＝국립공원마다 고급 롯지가 있다. 마사이마라, 암보셀리 국립공원은 전봇대 하나 없이 자연상태를 유지하므로 롯지는 전기와 물을 자체 공급한다. 10시 이후부터 새벽 5시까지는 단전하므로 인공 불빛 하나 없는 밤하늘 별이 유난히 밝다.

△마사이 만야타＝소똥과 진흙을 이겨 지은 작은 움막집들을 원형으로 배치해 담장을 만든 마사이족 마을이다. 움막 안쪽에 가시담장을 만들어 밤에 가축을 들여놓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움막 밖에도 야생동물의 접근을 막는 가시담장을 둘렀는데 넓은 공간에서 방문객을 위해 마사이 댄스도 선보인다. 고음의 독창과 저음의 코러스가 화려한 장신구와 특유의 율동과 어울려 아프리카의 야성을 발산한다.

△마사이 공예품 쇼핑＝케냐 커피는 국내 커피 마니아 사이에 인기가 높고 마사이 수공예품도 쇼핑품목이다. 수공예품은 마사이 마을을 방문했을 때 직접 구입하거나 금ㆍ토ㆍ일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열리는 나이로비의 윌슨공항 옆 마사이마켓을 이용한다.

△사파리 투어 주의사항＝소리를 내거나 동물을 위협하는 행위는 금물이다. 코끼리나 사자가 사파리 차량으로 접근해 온다 하더라도 놀라지 말고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무심히 지나간다. 국립공원 내에선 차에서 내리는 일도 금지돼 있다.

△케냐 야마초마＝`야마초마`라는 바비큐 요리가 유명하다. 나이로비 카니보어(carnivore)`라는 식당은 얼룩말 무늬 복장을 한 스태프들이 양고기 악어고기 타조고기 돼지고기 등 구운 고기를 꼬챙이째 들고와 접시에 썰어준다. 고기는 각종 소스를 첨가해 먹고 레몬과 달콤한 꿀이 들어간 보드카 `다와`를 곁들이면 더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