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낳으면 아무 데도 못 가" 20주 넘긴 임신부 여행 붐
베이비문 맞춤상품도 인기
회사원 정혜원(가명·32)씨는 작년 말 임신 8개월의 몸으로 남편과 사이판으로 3박4일 여행을 다녀왔다. "아이 낳으면 아무 데도 못 가니 지금 코에 바람 넣어줘야 한다"는 주변 '선배맘'들의 조언을 듣고서였다. 임신 7개월의 회사원 문수희(가명·33)씨는 얼마 전 남편과 함께 발리에 다녀왔다. 비키니 입고 볼록 나온 배를 내놓은 채 기념사진을 찍었다.
태교 여행으로 각광받는 지역은 제주도와 강원도 지역의 팬션 등 국내 여행지와 푸껫·코타키나발루·괌·세부·사이판 등 비행시간 5시간 안팎에 있는 해외 휴양지다. 육아용품 쇼핑을 겸하기 위해 일본이나 홍콩 등을 선택하는 임신부도 있다.
온라인 임신·육아 정보 커뮤니티 '맘스홀릭 베이비'에는 아예 '태교 여행' 코너가 따로 만들어져 있다. 이 코너에는 '24주 예비맘 괌으로 태교 여행 다녀왔어요', '29주 세부 다녀왔어요' 등의 제목으로 태교 여행 후기·정보 게시물 9000여개가 올라와 있다.
임신부를 겨냥한 여행 상품과 서비스도 등장했다. 하나투어는 '베이비문', '메모리문'이라는 이름으로 임신부 맞춤식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이 상품을 이용한 임신부는 358명이다. 하나투어 정기윤 팀장은 "저출산 시대에 임신은 축하하고 기념해야 할 경사라는 점이 마케팅 포인트"라며 "수요가 꾸준히 늘어 상품을 다양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11월 임신부 전용 카운터 운영, 임신부 전동차 서비스 등 국제선을 이용하는 임신부들을 위한 '프리맘 서비스'를 시작했다.
정희찬 오퍼스트래블 대표는 "요즘 임신부들은 싱글 때부터 배낭여행을 하면서 여행에 익숙한 세대들이라 태교 여행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며 "태교 목적도 있지만 그보다는 '여행'에 방점이 있다"고 말했다. 2년 전 태교 여행을 다녀온 회사원 정다정(34)씨는 "애 엄마가 되면 이제 몇 년간 해외여행은 꿈도 못 꾸겠구나 싶어 우울했는데 태교 여행으로 여행 금단(禁斷)으로 인한 상실감을 달랠 수 있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