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주도 보스턴은 미국에서 최초로 건설된 도시다. `뉴잉글랜드의 수도`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이 항구 도시가 세계적인 명성을 유지하며 `미국의 아테네`라고 불리고 있는 것은 이 도시 전반에 흐르는 문화의 향기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 독립의 정신을 뿌리내리며 세계 최고의 지성을 배출해 내는 보스턴으로 문화여행을 떠나보자.

보스턴은 영국 청교도들이 자유를 찾아 뿌리를 내린 땅이다. 독립지도자 새뮤얼 애덤스가 활동했으며 독립 이후에는 미국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서 존 F 케네디 대통령 등 미국의 운명을 결정한 인물을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에 미스틱 강과 찰스 강이 합류해 대서양으로 흘러가는 지점에 자리하고 있는 인구 60만명의 도시, 보스턴을 방문하면 신화 같은 역사를 창조했던 애덤스 리비어 행콕스 같은 이들의 열정이 전달되어 온다.

1620년 종교의 자유를 찾아 영국에서 대서양을 건너온 청교도들이 정착하면서 보스턴의 역사는 시작된다. 정착민들은 이곳을 중심으로 한 미국 동부 지역을 뉴잉글랜드라고 명명하며 자신들이 영국 뿌리임을 분명히 했다. 1630년 영국이 매사추세츠베이에 총독을 파견함으로써 영국 식민 정책을 수행할 전초기지가 탄생했다.

그러나 이 식민지는 1773년의 `보스턴 차 사건`을 계기로 독립의 길을 걸었다. 식민지 사람들은 영국의 과도한 세금 정책에 반대해 영국의 동인도 회사가 싣고 온 중국산 차를 바다에 던져버렸다. `보스턴 티파티`라고도 불리는 이 사건은 미국 독립운동의 도화선이 되어 오늘날의 미국을 만들었다.

◆ 가는 곳마다 역사의 현장

보스턴에는 그 역사만큼 볼거리가 즐비하다. 파뉴일 홀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자는 공청회가 열렸던 곳이다. 무역업자 파뉴일이 건축한 건물에서는 지금도 각종 공청회가 열리고 공개 시장으로도 이용된다. 이 건물과 붙어 있는 파뉴일 광장에서는 거리의 공연가들이 공연을 펼치는가 하면 식민시대 전통 복장을 한 사람들도 나타나 시선을 끈다.

미국의 국부라 불리는 벤저민 플랭클린으로부터 영국 군인들까지 다양한 복장을 한 이들 식민시대 사람들과 사진을 찍기 위해 관광객들이 줄을 선다. 학생 티를 벗지 못한 소년부터 할머니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민의 봉사활동 덕분에 보스턴 역사가 더 실감 있게 다가선다. 파뉴일 홀을 앞에 두고 퀸스마켓과 노스마켓, 사우스마켓이 나란히 서 있다. 퀸스마켓은 음식점들이 입주해 있고, 노스마켓과 사우스마켓은 음식점뿐 아니라 쇼핑 상가도 자리하고 있다.

보스턴 커먼과 퍼블릭 파크는 보스턴에서 가장 큰 공원이다. 누구나 모일 수 있는 장소라는 의미가 있는 보스턴 커먼의 초입엔 스테이트 하우스가 빛나는 황금 돔을 자랑하고 있다. 여름에는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해수욕장에서 선탠하듯 웃옷을 훌훌 벗어버리고 잔디밭에서 햇빛을 받는 곳이다. 보스턴 커먼과 이어진 퍼블릭 파크 쪽에는 호수가 자리 잡고 있다. 호수면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는 패들배가 여유롭게 떠다니고 야외 공원에서 진행되는 결혼식도 이색 볼거리를 제공한다.

◆ 옛 건물과 현대 건축물의 조화

 

보스턴은 교회 등 옛 건물과 디자인의 뛰어난 현대 건축물들이 조화를 이루는 도시다. 거리마다 관광객과 쇼핑객이 가득해 보스턴이라는 세계적인 도시 명성이 피부에 와닿는다. 환한 햇살이 쏟아지는 길거리 파라솔 밑에서 잉글랜드풍의 보스턴 요리를 맛보며 환담하는 사람들의 미소가 정겹다.

트리니티 교회 앞 광장에는 시민들의 피켓시위 광경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시민들은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들의 입장을 알린다. 각종 정치단체나 민족단체들이 요구사항을 표명하지만 소풍 나온 기분으로 시위를 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이곳 광장과 면한 행콕 빌딩은 보스턴에서 가장 높은 건물. 겉면이 유리로 된 현대적인 이 건물 60층 전망대를 고속 엘리베이터로 오르면 공항을 비롯한 보스턴의 유명 건물은 물론이고 보스턴 커먼과 찰스 강의 모습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전망대에는 보스턴 역사와 현재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돼 40년 동안 바다를 매립해 건설한 보스턴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대비하고 있다. 행콕스 빌딩이 있던 부분도 옛날에는 바다였다는데 거의 매립돼 옛 모습을 찾을 길이 없고 찰스 강이 바다로 흘러들어가며 보스턴과 케임브리지를 나누고 있을 뿐이다.

◆ 톡톡 튀는 대학가 케임브리지

 

찰스 강변에는 요트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 강물을 흰색의 돛으로 수놓는 요트를 보고 있으면 자유분방한 케임브리지의 문화가 느껴진다. 케임브리지 보스턴은 그 문화가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현지인들은 이 둘을 따로 떼어놓기를 좋아한다.

세계 최고 인재들을 길러내는 하버드대와 MIT가 케임브리지에 자리한다. 보스턴대와 버클리 음대도 물론 이곳에 있다. 찰스 강이라는 강 하나로 나뉘어 있지만 케임브리지의 문화는 보스턴의 그것과 비교해도 독특하다. 젊고 활기찬 케임브리지의 분위기는 보수적인 보스턴 시민들이 보기에 튀는 것으로 보일 법하다. 오죽했으면 보스턴 시민들이 케임브리지의 튀는 문화를 빗대어 `케임브리지 공화국`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을까.

케임브리지의 하버드 스퀘어까지는 지하철을 이용해서 가볼 수 있다. 지하철을 빠져나오면 바로 하버드 스퀘어가 나타난다. 하버드대는 사방으로 개방돼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 하버드 야드라 불리는 캠퍼스가 따로 있긴 하지만 하버드 야드 밖에도 학교 건물들이 있는 것이다. 건물 안에 들어가면 세계 각국에서 온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

하버드 스퀘어 쪽에서 도서관 건물로 가기 전에 설립자인 하버드 동상이 반갑다. 그의 동상 앞에서는 하버드대를 찾아온 단체관광객이 기념촬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버드 동상의 발을 만지면 하버드에 입학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지만 사실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어쨌든 그의 구두는 빤질빤질 황금빛으로 빛난다.

◆ 이것만은 알고 떠나세요

△가는 길＝우리나라에서 보스턴 로간국제공항으로 직항하는 비행기가 없어 로스앤젤레스나 샌프란시스코, 뉴욕, 시카고 같은 곳을 경유하게 된다. 뉴욕에서 45분, 시카고에서 2시간30분, 로스앤젤레스에서 5시간 소요된다.

△시차＝우리나라가 14시간 빠르다. 우리가 월요일 오전 10시면 보스턴은 일요일 오후 8시다.

△보스턴 어떻게 둘러볼까＝보스턴에서는 보도 블록에 빨간 선이 16개의 관광코스를 연결한 프림덤 트레일이 있다. 2.5마일에 달하는 이 빨간 선을 따라 걸으면 격동의 미국 역사를 만날 수 있다. 미국 식민시대의 굵직한 사건들과 중요한 역할을 했던 장소들이 있어 보스턴 여행을 가장 쉽게 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파크 스트리트에 있는 커먼 관광안내소를 시발점으로 해 시내 중심가 쇼핑센터 곳곳에 숨은 역사의 현장을 만난 다음 파뉴일 홀과 노스엔드를 거쳐 찰스 타운까지 가보자.

△보스턴 랍스터 요리＝보스턴에서는 랍스터 요리가 유명하다. 사이언스 박물관 앞에 있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리갈 시푸드를 찾아보자. 리갈 식당은 그만큼 사용하는 생선의 신선도를 생명처럼 여긴다. 바다에서 오는 배에서도 가장 마지막 날 잡은 랍스터를 재료로 사용한다. 커다란 펜치를 들어 커다란 랍스터 집게 발을 깨먹는 맛은 오래 기억될 것이다. 크램차우더 수프도 이 집의 자랑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