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감동은 유구한 역사가 빚어낸 찬란한 문화
유산이나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수놓인 화려한 볼거리에만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삶과 닮은 꼴을 여행의 한 귀퉁이에서 맞닥뜨릴 때 혹은 여행지에서 만난 남루한 현실의 속살에서 여행의 매력은 더욱 빛을 발한다. 그래서 때로는 피라미드나 만리장성보다 여행길에서 만난 나이 든 어르신의
미소에서 여행의 참맛을 읽을 수 있는 법이다. 대만은 그런 면에서 우리네 역사와 닮은 꼴이다. 이데올로기로 야기된 분단의 역사를 여전히 안고 살아가는 오늘이 그렇고, 협소한 국토와 자원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인적 자원을 활용한 산업들이 주로 발달한 점도 그렇다.
대만은 대만해협 한가운데 떠 있는 작은 섬나라다. 위치상으로 상하이와 홍콩 중간쯤에 자리잡고 있으며 중국 푸젠성에서는 동쪽으로 150㎞쯤 떨어져 있다. 우리나라 면적의 3분의1밖에 되지 않는 작은 섬나라에 불과하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와 더불어 100여개의 온천을 가지고 있다. 아열대성 기후의 특징을 지녀 겨울 평균 기온은 섭씨 12~16도로 온화한 편이며 고산지대에서만 약간 쌀쌀한 기운을 느낄 정도로 일년 내내 여행하기에 적합하다. 현재 대만에서 만날 수 있는 문화재의 대부분은 중국 명나라와 청나라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들이다. 명나라 말기와 청나라 초기에 푸젠성과 광둥성 등지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오늘날의 대만문화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타이베이의 화려한 낮과 밤=대만 북쪽 끝부분에 위치한 수도 타이베이는 정치와 경제ㆍ문화의 중심지다. ‘세계 4대 박물관’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국립고궁박물원을 비롯해 총통부ㆍ중정기념당ㆍ용산사 등과 같은 명소들도 모두 타이베이에 있다. 대만의 자랑거리이자 타이베이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명소는 국립고궁박물원이다. 이 박물원은 지난 1949년 중국 공산당과 국민당 사이에 일어난 내전인 국공전쟁과 깊은 관련이 있다. 본래 베이징의 고궁박물원에
소장돼 있던 문화재들을 국공전쟁 중 대만으로 옮긴 후 1965년 11월 정식으로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현재 국립고궁박물원은 중국의 수준 높은 전통미와 문화를 대변하는 약 62만점의 유물들을 소장하고 있다. 옥으로 만든 병풍을 비롯해 기원전 1100년 무렵 중국 은나라 때 만들어진 청동기, 좁쌀에 새긴 섬세한 조각품, 왕휘지의 글씨 등이 눈길을 끈다. 최근 들어 타이베이의 새로운 명소로 등장한 곳은 일명 ‘타이베이 101빌딩’이라 불리는 타이베이국제금융센터다. 멀리서 보면 죽순 같기도 하고 활짝 핀 꽃들을 쌓아놓은 것 같기도 한 이 빌딩은 2005년에 지어진 지상 101층, 지하 5층, 높이 508ｍ의 초고층
건축물이다. 대만 출신의 세계적 건축가 리쭈엔(李祖原)이 설계한 이 빌딩은 일반인들도 초고속
엘리베이터(유료)를 타고 89층의 전망대까지 올라갈 수 있다. 중정기념당은 고(故) 장제스(蔣介石) 총통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기념관이다. 주건물인 기념당은 청색 지붕을 올린 중국의 전통적 건축양식으로 지어졌으며 넓은 광장의 양쪽에는 각각 대음악당과 대극장이 자리잡고 있다. 시먼딩(西門町)은 서울의 명동처럼 대만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다. 타이베이역 남서쪽의 약 600m 거리를 지칭하는데,상점가와
유흥가 등이 밀집돼 있다. 이곳은 특히 동쪽의 상점가에 비해 더 서민적이고 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편이다. 영화관이 밀집돼 ‘영화의 거리’라 불리기도 한다. 타이베이 시내관광의 묘미는 밤에 있다. 바로 시내 곳곳에 자리한 야시장이 새벽까지 화려한
불빛 아래 낭만적인 축제 분위기를 한껏 내기 때문이다. 여러 종류의 전통상품과 의류ㆍ과일ㆍ스낵 등 다양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사는 재미에다 야식의 즐거움까지 더해져 외지 관광객 사이에서도 타이베이 야시장은 관광 필수 코스로 인식되고 있다. 대표적 야시장으로는 스린야시장(士林夜市), 공관야시장(公館夜市), 송산야시장(松山夜市), 칭광야시장(晴光夜市) 등이 있는데, 치안상태가 좋아 늦은 밤 나들이도 문제될 것이 없다.
◇북쪽 해안에서는 낭만여행 만끽=타이베이가 자리잡은 북부 대만은 역사유물이 남아 있는 곳으로 오래된 시가지, 빼어난 사원, 우뚝 솟은 산봉우리, 원주민촌, 아름다운 폭포, 기암괴석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타이베이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야류(野柳) 해상국립공원은 독특한 모양의 기암괴석으로 유명하다. 자연의 힘과 침식으로 생성된 계란 모양의 거대한 바위가 제각기 흩어져 있고 버섯처럼 하늘을 향해 우뚝 솟은 버섯바위는 이곳에 180여개나 있다. 이 가운데서도 온화하고 귀족적인 자태로 아름다운 옆모습을 보여주는 일명 ‘클레오파트라의 머리’는 이곳의 상징이다. 지우펀(九份)은 마치 홍콩 영화에서나 나왔을 법한 낭만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1989년 베니스영화제 그랑프리를 수상한 ‘비정성시(悲情城市)’ 영화의 배경이었고 몇 년 전에는 우리나라 드라마 ‘온에어’에서도 등장했지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곳이다. 1920~1930년대 아시아 최대 광석도시라고 불렸던 이곳은 채광산업이 시들해지면서 살던 사람들이 하나둘 떠났다고 한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주변의 자연환경을 이용해 관광도시로 탈바꿈했고 지금은 대만 관광의 필수 코스로 인식될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다. 폐광도시의 쓸쓸함 대신 독특한 지형에 위치한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외지인의 눈길을 잡아 끈다. 가파른 언덕에 있는 집들은 골목길로 구불구불 이어지고 그림처럼 아기자기한 상점들은 지나는 이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골목길에는 대만의 대표 별미들이 후각을 자극한다. 토란경단, 소시지, 각종 장아찌 등은 물론 취두부도 판다. 영화로 유명해진 ‘비정성시’라는 이름의 카페는 이곳의 명물이 됐으며 거띵(隔頂)이라 불리는 언덕에서는 멀리 아름다운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대만 동부의 중심도시 화롄(花蓮)은 원주민과 한족의 문화가 만나는 도시다. 웅대한 동부산맥과
태평양을 바라볼 수 있는 이 도시는 대만에서도 수려한 절경을 자랑하는 곳으로 독자적인 전통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대만에서 가장 경이로운 자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태로각 협곡과 대만 원주민 아미족의 문화촌을 둘러보는 것이 대표적 관광 코스다.
